[사설] 생색은 정부·여당, 전국 의대는 죽을 맛
최근 유급을 눈앞에 두고 복귀를 선언한 의대생들에 대한 대학의 후속 조치가 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복귀는 환영할 일이지만, 대학 측은 죽을 맛이다. 이들이 복귀하기 위해선 학칙 개정, 보충 수업 개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였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수업이라 정규 과정은 당연히 채워야 하는데, 묘수가 안 보인다.
12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대협의 복귀 선언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말하자면, 의대협이 정부·국회와 손잡고 대학을 압박하면서 ‘대학이 알아서 이 문제를 해결해라’는 모양새다. 대학으로선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당사자인 대학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정치적 생색만 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 40개 대학에서 집단 수업 거부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은 지난 5월 기준 8300여 명. 휴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미 1학기 수업을 끝마친 상태인데, 새로 수천 명을 위해 수업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본과생들이다. 본과는 1년 단위로 학사 일정이 돌아간다. 본과 3·4학년생들은 한 학기를 유급하면 한 해를 통째로 쉬어야 한다. 본과 4학년은 오는 9월 의사 국시를 보는데 필요한 ‘병원 임상 실습’도 이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들을 내년에 정상 진급시키려면 별도 실습 수업을 개설해야 하는데, 수업 정원이 늘어나면 실습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의대 교수들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인다.
실습이 대충대충 부실해지면 아닌 말로 ‘돌팔이’들이 양산될까 두렵고, 이는 또 이미 수업을 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 입장에선 휴업과 전공의 파업이 마치 특혜로 비춰질 수도 있다.
사회 공동체 어느 영역이든 특권이 생기면 차별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 부당한 차별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독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각 대학과 의학 전문가들이 3류 정치의 볼모로 잡힌 상황이 됐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안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게 됐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