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초면 목소리 복제…AI 보이스피싱 경보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거치며 점점 지능화돼온 보이스피싱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AI 기술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는 ‘사회적 재난’ 수준의 위협이다. 피해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5년 연간 피해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보이스피싱은 딥러닝 음성 합성 기술인 ‘딥보이스’ 또는 ‘딥페이크 보이스피싱’을 핵심 수단으로 사용한다. 범죄자들은 유튜브, 소셜 미디어(SNS) 등에 공개된 2~5초의 짧은 음성 데이터만으로도 특정인의 목소리·말투·억양, 심지어 호흡까지 완벽에 가깝게 복제할 수 있다.
여기에 발신번호 조작(Caller ID Spoofing) 기술을 결합해 피해자가 실제 가족이나 지인한테서 온 전화로 믿게 만든다. 자녀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까지 동원한다. 기존 보이스피싱보다 훨씬 정교하고 효과적이다.
왜 유독 한국에서 보이스피싱이 극심한가? 잘 발달된 기술 인프라 환경과 취약하고 미비한 법제 때문이다. IT 강국이라는 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온상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반해 관련 범죄 예방, 처벌 법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AI가 가세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AI 보이스피싱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 설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등 정치권이 추진한 수사 시스템 변경 때문에 조직적 사기 범죄는 더 늘어났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절차에 따라 통신제한조치(감청 포함)를 할 수 있게 허용하고는 있다. 그러나 법원의 감청 영장을 받아도 실질적으로 감청을 수행할 수 없다. 통신기관에서 감청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제공해야 하는데, 감청 협조 설비가 없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이나 포렌식 같은 수사방식은 지능적 범죄자에게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범죄 흔적이나 증거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AI 보이스피싱 확산은 사회 전반의 디지털 신뢰 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금융범죄에 활용되는 수준을 넘어, 서로의 신뢰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AI 세계 3대 강국’ 주장에 앞서 AI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