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희숙의 그리스 로마 신화] 당나귀 귀 미다스

탐욕으로 가득한 미다스 왕은 자신이 만지는 것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이룬다. 하지만 황금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어 굶어 죽게 되자 금빛 찬란한 두 팔을 벌리고 디오니소스에게 기도한다. "이 허울 좋은 파멸에서 구해 주십시오."
기도를 들은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트롤로스 강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머리와 몸을 담그고 죄와 벌을 씻도록 하라"고 한다. 디오니소스가 시키는 대로 하자, 황금을 만드는 힘이 강물로 옮아가 강바닥 모래가 황금으로 변한다. 황금에 진저리가 난 미다스 왕은 황금궁전을 떠난다.
미다스 왕이 트몰로스 산에 이르자 반인반양의 목신 판과 음악의 신 아폴론이 경연이 벌이고 있었다. 판이 아폴론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판은 갈대로 만든 팬파이프로 연주를 하고 아폴론은 음악의 신답게 숙련된 솜씨로 리라를 연주한다. 심판을 맡은 트몰로스 산신은 아폴론의 손을 들어 준다. 그런데 갑자기 미다스가 나서서 판의 연주가 더 훌륭하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심기가 불편해진 아폴론은 미다스의 두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 귀처럼 길게 만들어 버린다. 음악의 신 실력이 판보다 못하다고 평가한 자는 인간의 귀가 아닌 동물의 귀가 어울린다는 것이다.
수치스러워진 미다스는 모자를 눌러 쓰고 귀를 감춘다. 그러나 이발사에게만은 감출 수 없었다. 왕의 귀에 대해 떠들고 싶어 참을 수 없던 이발사는 외딴 곳으로 가서 구덩이를 판다. 그리고 왕의 귀는 당나귀라고 속삭인 후 흙을 다시 덮는다. 그곳에 갈대숲이 우거지고 갈대들이 바람에 바스락거리기 시작하자 땅에 묻은 이발사의 말이 세상으로 전해진다. 왕의 귀는 당나귀 귀…결국 미다스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