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라떼] 코피 쏟으며 듣던 대북 방송 멈추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자유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반 세기 넘게 이어지던 대북 방송이 중단됐다. 민간 대북 방송이 아니라 국정원 대북 심리전 방송이다.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자유코리아방송’,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PAR 방식으로 송출되던 TV 송출도 멈췄다.
정권이 바뀌고 주적을 주적이라 말하지 못하는 각료들이 장관 자리를 꿰차고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고 대북 전단을 막더니, 이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던 조용한 친구 대북 전파 방송까지 손봤다. 고위정보 소식통은 이번 대북 방송 중단이 "대결 시대를 끝내려는 뒤늦은 상응 조처"라고 설명했다.
어불성설이다. 대결 시대가 누구 때문에 지속되어 왔나. 북한 정권의 끊임없는 대남 적대 정책과 적화통일 추구로 빚어진 것이지 대북 방송 때문인가. 북한이 먼저 평양방송, 구국의 소리 등 대남방송을 중단한 것에 대한 뒤늦은 상응 조처라고도 하는데, 북한이 그것을 중단한 이유는 ‘적대적 두 개 국가론’에 있다. 체제경쟁에서 승산이 없음을 자인한 김정은이 통일 지우기 차원에서 행한 일이다.
어차피 남쪽에 아무 영향력 없는 거짓 선전 방송이었다. 효과가 있었다면 남쪽에서 뭐라 시비 걸지 않는데도 스스로 중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물 풍선도 남쪽에 영향을 끼칠 만한 콘텐츠는 없다. 대북 전단에 대응은 해야겠고 하니 보낸 심술 풍선인데 그마저 버겁고 지쳤는지 멈췄다.
하지만 자유대한민국이 보내는 방송은 보내면 보낸 대로 북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 우리의 대체 불가 비대칭 전력이다. 이걸 스스로 놓아버리다니. 북한은 체제경쟁에 자신감을 잃고 통일 지우기 차원에서 대남방송을 접은 것이지만, 대한민국은 자유통일을 포기하려 대북 방송을 멈춰선 안된다.
시민단체들이 대북 방송 중단 조치에 관해 위헌 확인 헌법소원 청구서를 냈다. 단체들은 국정원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 평화통일 추진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며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온 국가적 책무의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잠자코 있는데도 알아서 확성기 방송을 끄고 전단을 막고 반세기 동안 진행하던 전파 방송을 중단하는 것이 과연 대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선제 조치란 말인가. 이는 김정은의 반민족 영구 분단론에 공조하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 때는 김여정 한마디에 몇 시간 만에 김여정 하명법인 ‘대북전단금지법’으로 화답하더니 이번 정부는 김여정의 하명 없이도 알아서 하고 있다.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는 필자가 북한에 있을 때 애청하던 방송이다. 진리를 전해주는 그 방송들을 몇 날 몇 달 밤을 꼬박 새우며 듣다가 코피까지 쏟았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그 추억의 방송, 진실과 생명의 소리가 사라지다니 억장이 무너진다.
관련기사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