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라떼] 한여름밤 광화문광장의 대변신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가수 이용의 1982년 노래 ‘서울’이다. 거기에 등장하는 지명은 종로·을지로·동작대교 셋뿐이다. 서울의 상징 광화문은 없다. 광화문이란 이름으로 크게 히트한 노래는 이후 6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게 1988년 이문세 ‘광화문연가’다.
그런데 거기에도 덕수궁·정동길 등 둘이 등장하지만, 막상 광화문광장은 없다. 당시엔 광화문 네거리가 덜렁 왕복 20차로뿐이던 시절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대중가요에 지명이 등장하면 그 곳은 정감 어린 공간으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난다. 가수 배호의 옛곡 ‘돌아가는 삼각지’만 봐도 그렇다.
그렇게 가까운 듯 멀던 광화문광장이 요즘 시민 품에서 되살아나는 중이다. 왕복 차선을 줄여가며 왜 억지 광장을 만드느냐고 말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다. 특히 지난 2~3년 그 공간은 시민친화형으로 탈바꿈 중이다. 광장 서쪽, 즉 세종문화회관 앞이 변신의 주축이다. 지난달 국악의 날 음악회가 눈길 끌더니 지금은 서울시 주관 ‘2025 서울썸머비치’로 온통 시끌벅적하다. 지난 19일 개장 이후 8월 8일까지 통째로 물놀이장이니 말이다.
시늉만이 아니다. 초대형 튜브 수영장이 버젓하고, 워터슬라이드에 모래까지 퍼왔다. 무더위를 식혀줄 인기 만점의 바닥분수와 함께 가족과 꼬마들의 천지다. 물론 공짜. 그래 저래 서울의 종로·을지로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고, 새 명물이다. 그러다가 무릎을 친 게 따로 있다.
며칠 전 땅거미가 질 무렵 일행과 거길 찾았다가 광장 곳곳을 장식한 큼지막한 대여섯 개 평상을 발견했다. 이 뭐지? 예전 시골 정서가 바로 거기 있었던 것이다. 대낮엔 수영장, 밤엔 시골 풍광이다. 마침 평상에 자리 잡고 놀던 여성 둘과 인사 나눴다. 자매 사이란다. 집이 경향신문 뒤쪽 정동인데, 애완견을 안고 동네 마실 나오듯 광화문광장을 찾은 것이다.
서로 사진도 찍어줬다. 우리 일행이 평상에 앉아 찍은 사진 뒤론 교보문고가 떡하니 이채롭다. 살펴보니 평상만이 아니다. 제법 럭셔리한 일인용 안락의자도 곳곳에 있다. 혼자 멍 때리기에 딱 좋다. 거대도시 서울이 살갑고 싱그럽게 다가서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기억하시나? 이용이 부른 ‘서울’의 뒷부분은 이렇다.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아름다운 서울을 사랑하리라." 43년 전 대중가요가 이 나라 앞날에 대한 멋진 축복의 예언이길 바란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