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廣場] 피의자 방어권은 어디까지 존중돼야 하나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미란다 원칙’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원래 1966년 에르네스토 미란다와 애리조나주(Miranda v. Arizona) 간의 법정 싸움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그 영어 표현은 ‘미란다 워닝’(Miranda Warning)이다. 무엇을 워닝(Warning: 경고)하는지 보자.
우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권리가 있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 그 진술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진술거부권’의 고지라고 한다.
‘미란다 원칙’에 나오는 미란다는 사람 이름이다. 에르네스토 미란다는 196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8세 여성을 납치·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본인도 자백했지만 1, 2심 유죄 판결 후 대법원에 항소해 무죄를 주장했다. 경찰로부터 묵비권 등의 권리를 통보받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사전 원칙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 자백은 무효라는 판단하에 미 연방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화낼 필요는 없다. 이후 검찰 측이 미란다의 자백 이외에 다른 사람이 한 증언을 증거로 내세워 유죄를 인정, 미란다는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의 이름을 딴 미란다 원칙은 경찰이 용의자 체포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됐으며 우리나라에는 1997년 1월 도입됐다.
장황하게 미란다 원칙을 말한 이유는, 구속되어 형사재판을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가 사실상 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례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을 산정함에 있어 ‘구속전피의자심문’ 등에 걸린 기간을 ‘날’(日)로 따질 것인지 아니면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시간’으로 따질 것인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법계뿐 아니라 정치가에서도 지대한 관심사였다. 결국,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 판단이기는 하지만 법원은 ‘시간’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이 기준은 다른 사건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또다른 대표적인 경우가 보석제도다. 변호사로서 여러 형사사건을 변호한 경험이 있는데, 어떤 사건은 엄청난 양의 증거서류를 재판절차에 제출하곤 한다. 수만 쪽, 심지어 십수만 쪽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기록이 너무 방대해 따로 공간을 마련해 재판을 준비해야 할 정도다. 그런 사건일수록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이고, 유죄가 선고될 경우 중형이 예상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은 자신에 대한 그 방대한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을까. 구치소에서는 행형 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양 이상의 서류나 도서를 보관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온전히 방어권을 보장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같은 경우를 위한 적절한 제도가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바로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제도이다. 피의자 몸을 일정 한도에서 풀어주어 본인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벌써 5년이 됐지만 아직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 얘기를 주변에 하니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이 제도를 활용해서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법이 정한 절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진정한 법치주의가 구현된다. 우리 사법부와 검찰은 이런 생각에 동의할지 흥미롭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