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은희의 열린 사회 열린 생각]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

한국의 상속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해 최고 60%에 달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이나 프랑스보다도 높고 OECD 평균인 26%보다 두 배 이상이다.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기업인은 재산을 물려주는 일을 아예 포기하기도 하며, 세금을 내려고 상속받은 기업체를 매각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은 우리나라 기업의 후진적 기업지배구조의 한 원인이 되어 세계 증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은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상속세율을 줄이는 것에 반대한다. 이는 가업을 상속할 때 상당히 많은 공제 혜택을 받는 유럽과 비교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명예’를 후손이 물려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를테면 최근에 논란이 됐던 ‘동학농민혁명 유족수당’은 130년 전에 일어난 사건 당사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주고 그 명예를 증손, 심지어 현손까지 물려받도록 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보통 ‘유족’이란 배우자와 자식을 가리키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와 증손 혹은 현손은 ‘유족’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제도가 현대 한국사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조상의 성취가 후손들에게 공유됐던 조선시대 양반문화 친족의식이 아직도 팽배함을 말해준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을 동일시하는 문화임에도 사람들은 왜 부자가 남긴 재산에는 엄청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상속의 문화적 의미와 관련된다고 보인다. 조선후기 양반계층에서 재산은 집안 조상을 제사지내고 현양(顯揚)하는 일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이라는 도덕적 의미를 부여받았다. 생활풍습의 유교화가 이루어진 조선후기로 갈수록 맏아들이 가산의 대부분을 물려받는 상속제도가 자리 잡게 된 것은, 제사를 지내는 맏이에게 도덕적 우월성을 부여하는 종법제에 의해 정당화됐다.
대한민국의 높은 상속세율은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사람이 잘 살아야 한다는 성리학적 이상주의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조상을 모시고 현양하는 데 필요한 재산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부를 축적한 재벌의 등장은, 부의 축적에 어떤 도덕적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화적 이슈를 자본주의 한국사회에 던지고 있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