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廣場] 1조3000억 정부광고, 정치적 활용 가능성 충분

윤 정부 당시인 지난해 정부광고 매출 순위가 동아·조선·중앙 같은 이른바 메이저 신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반면에 한겨레나 경향 같은 좌파 성향 신문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물론 신문 구독자 수나 영향력 등을 생각해 보면, 이런 결과가 크게 이상하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례적인 것은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공기업, 지자체 광고를 포함하는 정부광고는 ‘정부광고법’에 의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독점 대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연 매출액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서열 4위의 광고대행사가 됐다. 더구나 최근 온라인 매체 성장으로 광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기성 매체들의 정부광고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광고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준 정부기구가 독점 운영하면서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어느 정권이든 정권 친화적 매체들이 시장점유율이나 영향력에 비해 높은 정부광고 수입을 올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열독율 조사 결과에 질적 평가 요소들을 가미해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에게 유리한 정부광고 분배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광고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매우 효율적인 언론 통제기제가 되어왔다. 최근 광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생존 위기에 몰린 기성 언론들에게 정부광고는 막바지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광고가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순도 높은 미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전체 방송 재원 25%가 정부 지원이라고 지적하고, 이처럼 정부 재원 의존도가 커지면서 언론의 자유와 자율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작년 3월 유럽의회가 국가와 플랫폼사업자의 미디어 시장 침식을 막기 위해 제정한 ‘유럽 언론자유법’(European Media Freedom Act)에서도 미디어의 정치 도구화를 막기 위해 정부광고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광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추진되는 내용을 보면 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핵심 쟁점이 정부광고 중 방송광고를 분리해 한국방송광고공사로 이관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방안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제기돼 왔던 것이다.
당연히 신문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방송광고를 별도 분리하는 것은 디지털광고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고, 한국방송광고공사로의 이관은 지상파방송에게 광고를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는 방송광고 감소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정부광고 재원을 할당해 달라는 요구다. 재정이 취약한 공영매체들에게 정부광고를 법으로 할당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 지역방송 종사자들이 정부광고 지역할당제를 제기하고 있고, 차후에 다른 공영방송들도 분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공익을 명분으로 과대 성장한 한국 공영방송 체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행 정부광고 제도의 근본 문제는 정부기구의 독점 대행에 있다. 물론 소액 광고나 광고전략에 미숙한 공공기관들을 위해 공공 독점대행이 필요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1조3000억 원이나 되는 정부광고가 정부기구에 의해 독점 운영되면, 언론매체들의 자발적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결국 정부광고 제도를 정상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국가 독점에서 벗어나 시장 자율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선의에서 나온 국가의 언론 지원 제도가 언론자유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