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경래의 시골편지] 나른한 여름 살벌한 전쟁

아침마다 망나니 칼춤이다. 몽당빗자루를 장비의 장팔사모처럼 휘둘러, 밤새 꽁무니 헐도록 애써 지은 거미의 공중 펜트하우스를 부숴버린다. 돌아서기 무섭게 새로 생기는 거미집, 짓고 부수는 싸움의 연속이다.
등짐을 지고 꼬불꼬불 차마고도를 지나는 개미 행렬도 만난다. 송풍기로 태풍을 일으켜 날려 보지만 등짐 행렬은 또 나타난다.
공구를 걸어놓는 타공판 빈 구멍마다 나나니벌들이 집을 짓는다. 남이 애써 기르는 애벌레를 납치해 자기 집에 가두고, 그 위에 알을 슬어 흙으로 입구를 막아 놓는다. 서로 더 많은 땅을 차지해 알을 낳기 위해 열심히 애벌레를 물어와 구멍을 채운다. 부화한 나나니 새끼들은 어미가 묻어둔 애벌레를 먹이로 자라 성충이 된다.
주변은 이들이 흘린 흙으로 지저분하다. 1×1.2m 넓이의 타공판은 영토 확장과 자손만대의 번영을 위한 납치와 감금, 속임이 판치는 삼국지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어 출사표를 던진다. 본격 참전이다. 나나니집 입구를 막고 화생방을 쏘아 내 땅과 무기들을 지켜보지만 뻔뻔한 침입자들은 끈질기다. 적당히 타협해 살려 보내도 저항군들은 수시로 출몰한다.
눈앞은 푸르른 여름날이다. 낮잠처럼 여유롭고 나른하다. 태평스럽고 평화롭다. 하지만 풀잎 하나만 들추면, 흙 한 보시기만 파보면, 서로 살기를 다투는 전쟁터다. 추녀 밑에서는 거미가 나방을 잡고 말벌이 독침으로 집을 짓는다. 산까치떼는 배를 채우기 위해 추녀 밑을 수시로 습격한다.
산까치를 잡겠다며 마루 밑에서 하루종일 잠복한 고양이는 오늘도 허탕을 쳤나 보다. 따라다니며 배고프다 징징대는 고양이 점심을 챙긴다. 여름 하루는 평화를 가장한 전쟁이다.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